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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끝에서 발견한 ‘감사’
 
 
(박남규 지음/국제제자훈련원/293쪽/9,000원)

영정 밑에 있는 성경책은 잠언서 3장이 펼쳐진 채 놓여 있었고, 5-7절 말씀엔 빨간 색연필로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성경책에는 사이사이마다 손수 만든 색인이 붙어 있었고, 성경책 옆에는 기도문이 펼쳐져 있었다.

영정의 주인공인 윤 선생은 대쪽같은 성품과 전형적인 유교적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이었다. 얼마 전에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그는 담낭암이 간과 여러 장기에 전이되어 소천했다. 향년 68세였다.

윤 선생에게 암은 도둑처럼 찾아왔다. 어느 날 갑자기 설명할 수 없는 기분 나쁜 통증이 가슴 밑으로 지나가기에 동네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는 더 큰 병원으로 찾아가 볼 것을 권유했다. 윤 선생의 아들 내외는 종합병원에서 최종 진단 결과를 받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의사는 담낭에서 시작된 암이 이미 간과 전신으로 퍼졌고, 이 정도라면 통증이 꽤나 심했을 텐데 지금까지 병세를 모르고 있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라고 했다.

아들은 지금까지 청렴한 모습으로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온 아버지의 삶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아서 가슴이 몹시 아팠다. 더 걱정인 것은 지금껏 쌓아온 많은 업적들 앞에서 허무해 하실 아버지였다. 그는 생각 끝에 자식으로서 아버지의 고통과 상실감을 해결해 드릴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평생 유교를 신봉해 온 도도한 선비 같은 아버지를 생각하니 그 일이 쉬울 것 같지 않았다. 고민 끝에 그는 내게 전화를 해 왔다. 나는 15년을 넘게 호스피스 활동을 해 오면서 많은 사람의 임종을 지켜왔지만, 비할 데 없이 도도하시다는 윤 선생을 만날 일을 생각하니 자꾸만 염려가 되었다.

처음 병상에서 만난 윤 선생은 굉장히 당당한 모습으로 나를 맞았다. 고고하신 유학자 앞에서 나이가 적은 내가 연륜을 논할 수 없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워 진땀이 날 지경이었다. 나는 잔뜩 긴장한 상태로 하나님은 질병 속에서도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실 것을 믿는다는 잠언서의 말씀을 읽어드렸다.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듣던 윤 선생은 편하게 이야기하자고 하면서 자세를 고쳐 앉았다.

윤 선생은, 이 땅에서는 모든 생명이 죽지만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에 힘입어 죽어서도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다는 복음의 핵심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의연함을 잃지 않았던 윤 선생의 마음에 말씀의 씨앗이 싹을 틔우자 그는 “내가 어찌할꼬, 이같은 죄인이었으니.” 하고 애통해했다. 첫 만남에서 감격적인 고백이 이루어진 것이다.

얼마 후, 윤 선생은 병상 세례를 받고 싶다고 했다. 세례식을 준비하고 윤 선생 집에 도착했을 때, 그분의 가족과 자녀들, 손자손녀들이 온 집에 가득했다. 다같이 찬송가 ‘나의 기쁨 나의 소망 되시며’를 부를 때 윤 선생은 크게 통곡하며 신앙을 고백했다. 윤 선생의 회개와 기쁨의 눈물을 본 식구들도 모두 함께 눈물을 흘렸다. 세례를 마치고 그 집을 나올 때, 내 가슴속에도 하나님의 사랑이 벅차올라서 감격과 감사로 차고 넘쳤다.

다음 날, 그분의 가족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윤 선생이 내친김에 조용한 기도원에 가서 머물면서 생을 정리하고 싶어 하신다는 것이었다. 그 후 2개월 남짓 기도원에 머문 윤 선생은 성경 색인표를 만들었고, 신약을 두 번, 구약은 영정 앞에 펴놓은 곳까지 통독했다. 그리고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고통과 통증 속에서도 여러 기도문을 써 놓았다. 그 내용은 놀랍게도 윤 선생 자신의 고통보다는 기도원에서 만난 젊은 환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윤 선생은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긍휼을 베푸시고 은혜로 치료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기도했다. 기도문을 읽은 우리는 저절로 그 사랑 앞에 무릎이 꿇어졌다.

6월 말이 되자 윤 선생은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혼수상태가 계속 되던 중 7월 3일, 갑자기 의식이 깨어난 윤 선생은 “예수님! 당신이 정말 살아 계시군요.”라고 세 번이나 똑같은 말을 했다. 자녀들이 무슨 말씀이냐고 묻자 윤 선생은 분명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예수님은 살아 계신다.”고 대답하고는 그날 밤 다시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7월 5일 아침 7시 50분에 온전히 영원한 잠에 빠져들었다.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내 마음속에는 아쉬움보다는 감사가 더욱 크게 흘러나왔다. 한 영혼이 평생 동안 고수해 온 전통과 가치관을 내려놓고 몇 개월 만에 예수님을 만나고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된 감격을 뭐라 표현할 수 있겠는가. 밑줄이 쳐진 성경을 대할 때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낀 것이 고인과 가족에 대한 무례는 아니리라.

- 『절망 끝에서 발견한 감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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