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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게 말걸기
 
 
이 세상에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사람이 모래알처럼 많으니 사랑에 대한 정의도 그만큼 다양할 것이다. 사랑은 따뜻한 영혼의 조건 없는 나눔에서 나온다. 그리고 때로는 존재 그 자체가 사랑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가끔 전혀 겉치레처럼 느껴지지 않는 사랑을 경험하곤 한다. 나의 어떤 행동이 사랑을 불러오지는 않는다. 다만 나의 존재 자체가 사랑임을 느끼는 순간이 가끔씩 찾아온다. 물론 그 느낌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평생 동안 계속 연습해야만 느릿느릿 걸어온다. 하지만 운이 따라준다면 분명 그 느낌을 체험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얼마 전 어느 봄날 아침, 딸 알리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딸아이는 벌써 몇 주째 목의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런데 통증이 점점 심해져 이제 팔까지 아파온다는 말에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MRI 촬영 결과 6번과 7번 경추디스크 파열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나는 너무 놀라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실은 나도 6번과 7번 경추디스크 사이의 척수손상으로 전신마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다음날 아침 되도록 일찍 출발해 뉴욕으로 가서 알리와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다음날 아침, 병원에서 딸을 만났다. 딸의 남자친구인 제프리가 옆에 앉아 있었다. 딸아이는 겁먹은 표정이었다. 수술 시간이 가까워오자 급기야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제프리와 나는 마지막까지 수술실에 들어가는 알리의 곁을 지켰다. 두 시간 후, 의사가 수술 결과를 들고 왔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수술이 끝난 직후부터 알리의 통증도 완화되었다고 말했다. 마음이 푹 놓이지는 않았지만, 졸음이 밀려왔다.

몇 시간 후 알리는 제프리의 손을 꼭 잡은 채 병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장면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알리가 퇴원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로비에서 제프리가 차를 갖고 오길 기다렸다. 알리가 나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아빠, 실은 나 수술하다 죽을까봐 너무 무서웠어요.” 몇 분 후 우리는 작별인사를 나누었고, 알리는 제프리의 차를 타고 나는 나의 밴에 올라탔다.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이 되자 무언가에 짓눌린 듯 가슴이 답답했다. 48시간 전에 느꼈던 그 공황과 공포와 무력감이 그제야 날 덮친 것이다. 너무도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나는 본능적으로 이 고통을 다시 저 깊은 곳에 묻어버리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날은 마음 편히 잠들지 못했다. 그후로도 며칠 동안 가슴앓이를 했다.

몇 주 후, 나는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만찬을 함께했다. 알리와 제프리도 다리가 세 개뿐인 애완견을 데리고 와주었다. 수술 이후 알리를 처음 만나는 자리였기에 가슴이 설레었다. 딸의 몸은 경직되어 있었고 목을 잘 움직이지도 못했다. 하지만 에너지는 충만해 보였다. 제프리의 부모도 와주었고, 나의 큰딸 데비와 남편 팻 그리고 손자인 샘도 함께했다. 내가 일곱 살 꼬마였을 때 야구와 사랑에 빠졌는데, 이제 일곱 살이 된 샘도 얼마 전부터 야구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소질도 꽤 있는 모양이었다.

저녁식사 후에 샘과 팻, 제프리와 그의 아버지는 모두 뒤뜰에 나가 공을 던지고 놀았고, 나머지는 베란다에 앉아 다 같이 구경했다. 샘이 타자, 아빠 팻이 포수였고, 제프리는 투수, 제프리의 아버지가 수비를 맡았다. 팻이 샘에게 말했다. “샘, 있잖아, 그거. 4번 타자 표정 지어봐.” 그러자 샘은 꽤 심각하게 인상을 썼다. 우리는 모두 뒤집어졌다. “샘, 4번 타자 표정이 아닌데. 그건 똥 싸는 표정이잖아.” 우리는 모두 깔깔대며 웃었다. 베란다에 있던 우리가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안, 네 명의 야구게임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 행복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도 알고 있었다. 알리는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목이 아팠고 그로써 모든 것이 바뀌었다. 데비는 등이 아프다고 했다. 나는 내일 아침이면 늘 그렇듯 미열을 느끼며 잠을 깰 것이다. 이렇듯 인생의 불완전함을 깨달았기에 나는 그 순간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완벽하게 느껴졌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나는 그들에게, 또 내 인생에 무한한 사랑을 느꼈다.

어쩌면 우리는 손에 쥔 것을 더 많이 놓을수록 더 큰 사랑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은 불안과 욕망, 희망이나 분노와 같은 모든 감정을 뛰어넘는다. 사랑은 마음을 완전히 열어야 오는 것이며 그 무엇도 요구하지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우리를 어지럽히는 모든 바람과 욕망들이 잠잠해질 때, 우리가 필요한 것도, 원하는 것도 별로 없을 때,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영원하지는 않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함께 있다는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일 때, 사랑은 조용히 우리를 찾아온다.

- 『마음에게 말걸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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