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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분명히 있다
 
 
수술실 안에 음악 소리가 멈췄다. 샴쌍둥이 비자니 자매는 분리수술 도중 예기치 않은 과다 출혈이 일어나 90분 간격으로 사망했다. 전 의료진이 충격과 침통함에 잠겼다.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수술이 진행되는 53시간 동안 서너 차례 한 시간씩 선잠만 자면서 버텨왔던 나는, 슬픔과 피로감 중 어떤 감정이 더 깊은지 분간되지 않았다. 다만 다시는 그런 끔찍한 느낌을 겪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었다.

나는 1994년 남아프리카의 샴쌍둥이 마콰베 자매가 분리수술 중에 숨을 거두었던 때를 상기했다. 당시 우리 의료진은 분리수술에 들어간 후에야 한쪽 아기만이 생명을 유지할 만한 정상적인 심장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설상가상으로 그 아기는 더 허약한 다른 한쪽 아기의 신장 기능에 의존하고 있었다. 아기들의 건강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던 중이었고, 그래서 분리수술만이 생명을 구할 유일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막상 분리수술에 들어가서 보니 어느 쪽 아기도 스스로 목숨을 유지할 만한 신체적 조건을 갖고 있지 못했다.

나는 마콰베 자매의 수술 후 신에게 ‘왜’라는 질문을 무수히 던졌다. ‘왜 성공할 가망이 한 치도 없는 상황으로 저를 내모셨습니까?’ ‘왜 제게 실패만이 기다리는 이런 기회를 주셨습니까?’ 나는 오랫동안 그 응답을 얻지 못했다. 어떻게 그토록 불운하기 그지없는 일이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3년 후에 남아프리카의 똑같은 병원에서 초청을 받아 반다 형제를 수술하게 되었고, 그것이 당시에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두개결합(頭蓋結合) 샴쌍둥이 분리수술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그 수술을 마치면서 문득 깨달은 바가 있었다. 이전에 마콰베 자매의 수술을 실패하면서 그 고통과 절망감 속에서 터득한 바가 없었다면, 그렇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었을 것 같았다.

이번에 수술했던 비자니 자매는 같은 성인으로서 교감을 나누고 개인적으로 정이 들었던 만큼, 두 사람을 잃은 비애는 더 깊었다. 비자니 자매와의 만남은 내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를 반갑게 맞아주던 그 따스한 미소를 보는 순간 나는 그들에게 매료돼 버렸다. 어쩌다가 머리가 맞붙은 채 태어났음에도 의지가 투철하며 영특함이 번뜩이고 붙임성이 있는 그들에게 절로 감탄이 일었다. 스물아홉 살의 그들은 의학적으로 희귀 사례에 속하는, 머리가 붙은 일란성 쌍둥이였다. 대부분이 사산되거나 출생 직후 사망하는데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남은 비자니 자매는 실로 놀라운 경우였다. 게다가 더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아가씨들이 최대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적응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대학에 진학해 저널리즘과 법학을 공부했으며 로스쿨까지 졸업해 어엿한 변호사 자격을 갖추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 건 그때부터였다. 꿈이 서로 달라 자신의 길을 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검사에 들어간 나는 너무 위험한 수술이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존스 홉킨스 병원에서 동료 의사들과 나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축에 들 만한 신경외과 시술들을 일상적인 일처럼 수행하고 있었으나, 사망률이 50퍼센트나 되는 수술은 그야말로 위험도가 까마득히 높은 수준이었다. 나는 그들이 수술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나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이 수술로 당신들 중 한 사람, 혹은 두 사람 모두 사망하거나 심각한 뇌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최소한으로 잡아도 50퍼센트에 이릅니다.” 하지만 내 말을 듣고서도 두 자매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들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숱하게 부딪혔던 도전들에 맞설 때와 똑같은 결의를 품고 있었다.

동료 의사이기도 한 내 소중한 친구는 내가 결정을 재고하고 있음을 알고는 조용히 충고했다. “벤, 이번 수술에 참여했다간 자네의 명성에 해가 될 수도 있네. 성공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 친구는 진심으로 나를 염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생각했다. ‘이건 내 명성만 생각할 일이 아니야.’ 내가 떠안는 위험은 그들이 떠안은 위험에 비하면 하찮은 것이었다. 그들은 그야말로 생사를 건 진짜 위험을 무릅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기도를 드린 끝에,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53시간의 피를 말렸던 수술이 실패로 돌아간 지금 다시금 답을 알 수 없는 ‘왜’라는 질문을 퍼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지난 9, 10년 사이에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답은 반드시 있으며 미래의 어느 시점에 그 답들이 분명해지리라는 것을. 우리는 이번 수술을 통해 인간의 뇌가 가진 놀라운 잠재력에 대해 감탄스럽고 고무적인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비자니 자매에게서 목격했던 자발적인 혈류의 변화는 어린 쌍생아에게서 봤다면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성인의 뇌에서는 예상 밖의 현상일 뿐만 아니라 선례도 없었다. 따라서 다음번에 비교적 나이가 많은 샴쌍둥이를 또 수술하게 될 경우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교훈을 얻은 셈이었다.

언젠가 비자니 자매와 같은 이들이 위험 없이 안전하게 분리되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럼으로써 이 용기 있는 두 아가씨들은 훗날, 그들이 열망하던 삶을 누리게 될 이들에게 아무도 할 수 없는 크나큰 공헌을 하게 될 것이다.

- 『위험을 감수하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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