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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기념비 앞에서의 만남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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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후,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린 베트남 헬리콥터 조종사 협회 모임에서 나는 베트남 시인
린 두이 보를 만났다. 린은 킴 푹과 그 유명한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 닉 우트를 모두 알고
있었다. 킴 푹과 그녀의 가족은 트랑방 폭격 당시, 탑 안에 숨어 있었다고 했다. 그들은
거리로 도망쳤지만, 거기서 킴 푹은 네이팜탄(彈)에 화상을 입은 것이었다. 닉 우트가 그녀를
급히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살아날 가망이 거의 없었다. 14개월 동안 입원해 있었는데 턱의
살이 녹아 가슴에 붙었고 왼팔은 흉곽에 붙어 버렸다. 한 미국인 성형외과 의사가 수술을
집도했고 그녀가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내가 버지니아 주로 돌아온 후에 린이 킴 푹에게 내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린은 킴 푹도
크리스천이니 우리가 모두 서로 꼭 만나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있다
는 가능성으로 오히려 위축되는 기분이었다. 너무도 고통스럽고, 또 너무도 겁이 났다.
그후, 나는 킴이 재향 군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 D.C. 베트남 참전 용사 기
념비에 갈 거라는 소식을 들었다. 나 역시 벌써부터 그 기념식에 갈 계획이었다. 주님께서
우리의 만남을 주선해 주시는 게 아닐까!
1996년 11월 11일 월요일, 나는 검게 윤이 나는 화강암 기념비 앞에 서 있었다. 몇 명의 퇴역
전우들이 함께 있어서 위안이 되었다. 오전 내내 기다렸지만 킴 푹은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기자들과 사진기자들에 둘러싸여, 자그마한 베트남 여인이 연단으로 올
라가고 있었다. 한 남자가 킴을 소개했다. 트랑방 폭격에서 그녀의 가족 두 명이 죽었다는 설
명을 덧붙이며....
'주여, 긍휼히 여기소서,' 나는 기도했다. 몸이 떨리기 시작하면서, 급기야는 소리내어 흐느
꼈다. 친구들이 나를 껴안았다. 그때 킴이 말했다. "폭탄을 떨어뜨린 그 조종사를 지금 만날
수 있다면, 저는 그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지나간 역사를 바꿀 수는 없지만, 평화를
도모하기 위해 지금부터, 또한 앞으로 계속 선한 일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떨리는 손으로 나는 메모를 썼다. "잠시 만나 뵙고 싶습니다." 그녀에게 메모를 전해 달라고
공원 관리 직원에게 부탁했지만, 그녀는 그때쯤 이미 식이 끝나 호위를 받으며 기념식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으리라.
그때 한 친구가 뛰어와 말했다. "내가 데려다 줄게." 군중을 헤치고 친구는 나를 대기하고
있는 경찰차에 막 올라타려던 그녀에게로 안내해 주었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내가 왔음을
알렸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내 눈을 바라보았다. 사랑이 가득한 얼굴로 그녀가 두 팔을 벌
렸다. 나는 흐느끼면서 그녀의 품에 안겼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당신을 해칠 생
각은 없었습니다." "용서합니다. 전 용서합니다." 나를 껴안으며 그녀가 말했다.
그 순간 내 무겁던 죄책감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무거운 짐이 벗겨졌다. 나는 그녀가 묵고
있는 호텔에 초대를 받았고 거기서 우리는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에도 줄곧 내가 지금 킴 쿡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지난 24년 동안 나는 내가 그녀에게 끼친 고통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지만, 이제 하나님께
서는 마침내 그녀와 내가 만날 수 있게 해주셨다. 드디어 내 과거와 화해할 수 있었다. 헤어
질 무렵 우리는 호텔 로비에 있는 푹신한 의자에 앉아 두 손을 잡고 기도했다. 그녀가 말했
다. "당신이 시무하는 교회에 가 보고 싶군요. 그리고 저희 교회에도 한 번 오시기 바랍니
다."
언젠가 우린 그렇게 하리라. 하지만 지금 당장은 하나님의 사랑의 역사하심이 놀라울 따름이다.
나 자신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내가 용서받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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