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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불출의 고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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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 저는 나이든 철부지에 불과했습니다. 삶의 의미도 목적도 알지 못했습니다. 누구보
다도 잘났고 누구보다도 앞섰다고 만족하며 살았는데 실상은 철없는 지진아에 불과했습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왜 살고 있는지 그 목적을 알지 못하고, 아니 단 한번이라도 알려 해
보지도 아니한 채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까지 저는 속물 중의 속물이었습니다. 일찍 사업을 시작, 어쩌다가 붙잡은 부의 행운을
단 한 사람에게라도 보람되게 나누지 아니한 채 자신만을 위해 쏟아 붓고 또 쏟아 부었습니
다. 나이 삼십도 되지 않은 애숭이가 벤츠를 타고 78평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낮엔 골프장을
밤엔 술집을 하루가 멀다하고 누비며 다녔습니다. 바로 그와 같은 삶이 이 세상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사람의 상징이라고 확신하면서 말입니다.
그때까지 저는 황폐한 심령의 소유자였습니다. 황폐하다 못해 거북이 잔등처럼 터져 있었건
만 까맣게 알지 못했습니다. 제가 뿌려대는 돈의 위력 앞에 상냥해진 사람들을 매일 대하면
서, 마치 나의 부드러운 심성이 그들을 정겹게 만들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 채 말입니다.
그때까지 저는 실패자였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돈과의 관계에서 실패했고 무엇보다도
제 인생 자체에 대한 실패자였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제가 실패자인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
니다. 그러나 그때까지 저만은 저의 실패를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승리자였
고 또 앞으로도 성공하지 않을 수 없는 자임을 조금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때가 되어서야, 그러니까 제가 35세 되던 해, 제 인생이 바로 비쳐 보이는 거울을 얻으면
서 저는 비로소 실패자인 저의 참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거울이란 바로 사랑하는 제 아내였
습니다.
진리를 향하여 확고부동하게 인생의 목적을 설정하고 살아가는 아내를 통해 비로소 저는 삶
의 목적도 없는 철부지였음을 깨달았습니다. 날마다 자신보다 남을 더욱 위하는 아내의 헌
신적인 삶의 태도를 접하면서 저야말로 이기적인 속물 중의 속물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
었습니다.
저의 모든 허물과 잘못을 사랑으로 덮어 주면서 질책하기보다는 이해를, 비판하기보다는 격
려를 아끼지 않는 아내의 깊은 사랑을 피부로 확인하면서, 저는 심령이 황폐한 사랑의 실패
자임을 그제야 알 수 있었습니다.
거울은 이상한 마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람의 바른 모습을 비쳐주는데 그치지 않고 이지
러진 모습을 스스로 교정하도록 인도하는 마력입니다. 저는 제 자신도 모르게 변화되어 갔
습니다. 그때까지 갖고 있던 인생관에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어디까
지 전환되었는가 하면 늦은 나이에 신학교를 졸업, 목회자가 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기적 중의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내 자랑하는 자를 일컬어 팔불출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감히 스스로 팔
불출되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유는 이 땅의 모든 주부들에게 다음 한마디를 드리기 위함입니
다.
남편 때문에 혹은 자식 때문에 죽도록 고통스러우십니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당신이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그들이 전혀 새로워질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만약 그때 아내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는 것조차 끔찍
스러울 따름입니다.
"무릇 지혜로운 여인은 그 집을 세우되 미련한 여인은 자기 손으로 그것을 허느니라"(잠언
14:1)
이재철 목사
- <주부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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