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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전자대국의 명성을 떨치며 세계 TV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 TV 제조사들이 줄줄이 몰락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니가 TV 사업에서 손을 뗄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오늘날 기업들은 그야말로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서 있다. 그리고 변화의 흐름과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기술혁신은 순식간에 시장의 지도를 바꾸어 버린다.
산업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삼성경제연구소 김재윤 기술산업실장은 최근 저술한 『더 체인지』를 통해 오늘날 기업들이 직면하는 거대한 변화를 만드는 근원으로 메가트렌드에 주목하여 메가트렌드의 의미를 해석하고 이를 통해 신사업 기회를 제시한다. 아울러 이러한 신사업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기업들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산업 현장의 사례와 저자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정리하고 있다. 저자는 우선 노키아의 사례를 통해 오늘날 거대 기업이 직면하는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0여 년 전만 해도 노키아의 시가총액은 애플보다 40배 정도 많았지만 지금은 애플의 기업가치가 노키아를 10배 정도 압도하고 있다. ‘끊임없는 사업구조 변신의 귀재’, ‘선택과 집중의 모범 사례’로 전 세계 기업들의 부러움을 샀던 노키아가 이제는 위기의 대명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저자는 오늘날 거대기업이 직면한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을 혁신의 사이클이 너무나 짧아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생존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신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래의 산업지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3대 메가트렌드로 ▲인구 구조의 변화 ▲도시화 ▲기후 변화를 들고 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메가트렌드에서 필연적으로 파생될 신산업으로 헬스케어, 인프라스트럭처, 에너지를 미래 유망 분야로 꼽는다. 고령화로 인해 가장 주목 받는 사업인 헬스케어 분야는 2015년에 약 5조 달러 이상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도시화에 따라 인구 2,000만 이상의 거대 도시들이 속속 출현하면서 전력. 상하수도, 통신, 교통 등 도시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인프라 관련 사업들이 거대산업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화석 연료를 대신할 에너지원으로 태양광발전, 풍력, 바이오연료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가능성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저자는 이 밖에도 3대 메가트렌드의 맥락 속에서 발굴할 수 있는 여섯 가지 미래 유망사업을 제시한다. 우선 인구구조의 변화와 관련된 신사업으로 에이징 솔루션과 1~2인 가구 대응 사업을 들 수 있다. 다소 생소한 분야일 수도 있지만 건강을 유지해주는 사업이 유망하고, 가구구조의 변화 또한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두 번째 트렌드인 도시화는 안安 비즈니스와 도심형 서비스업으로 연계된다. 안 비즈니스란 말 그대로 도시화로 인해 심화되는 다양한 불안과 역기능을 억제해주는 사업을 말한다. 마지막 트렌드인 기후변화는 에너지 효율화 사업과 식량 비즈니스를 유망하게 만들 전망이다. 특히 식량은 물 문제, 기후 문제, 인구 문제, 도시화 등과 동시에 연계된 중요한 이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비즈니스로 연결할 것인가. 저자는 첫 번째로 변동성(Volatility), 풍부함(Abundance), 희귀함(Rare)의 세 가지 키워드에서 기회를 찾으라고 제안한다. 즉 변동성은 줄여주고, 넘쳐나는 것은 줄여주거나 사용하게 하고, 점점 부족해지는 것은 그 대안을 제공하면 그것이 바로 신사업이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소득, 산업, 인구변화를 나타내는 거시적 패턴을 정확히 읽을 것을 권한다. 세 번째로 지금 구상중인 신사업이 마냥 장밋빛으로 보일 때 원점으로 돌아가 업(業)을 재정의해 보기를 권한다. 마지막으로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의 눈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변화는 분명 두려운 것이다. 변화는 새로운 규칙과 질서를 만든다. 그 변화의 흐름을 읽고 지혜롭게 대응하는 기업만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게 될 것이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더 체인지』 중에서
(김재윤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72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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