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for Leaders 11월호]자본주의는 진화한다 |
 |
| |
|
|
금융자본과 다국적 기업의 탐욕을 비판하는 월가 점령 시위가 전 세계 80여개 국가로 번지며 마침내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 최근 금융소비자협회와 투기자본감시센터, 금융소비자권리찾기연석회의 등 3개 단체가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탐욕스런 금융자본을 공격하라’, ‘여의도를 점거하라’, ‘우리는 99%다’라는 현수막을 내세우고 反월가 시위를 벌였다. 전 세계적으로 대중들의 지지를 받으며 확산 일로에 있는 이번 시위가 과연 사회변혁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2007년에 시작된 금융위기에서부터 최근의 反월가 시위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자본주의 시스템이 붕괴될 것 같은 위기감은 끊이질 않고 있다. 그 동안 우리의 삶을 지탱해온 자본주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The Times》의 경제분야 총괄 에디터인 아나톨 칼레츠키는 최근 저술한 『자본주의 4.0』을 통해 자본주의는 마치 생명체처럼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스스로 진화하는 사회 시스템이기 때문에 전보다 더 성공적이고 생산적인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하며 자본주의의 역사를 통해 이를 입증한다. 아울러 최근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탐욕스러운 은행가, 무능한 규제당국, 순진한 주택보유자들 탓으로 돌리는 대신 역사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앞으로 새롭게 태어날 자본주의의 모습을 전망하고 있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고정된 제도들의 집합이 아니라 위기를 통해 재탄생되고 진화하는 시스템이며, 경제와 정치, 즉 시장과 정부의 역학 관계 속에서 진화하고 발전해왔다고 주장한다. 18세기에서 시작하여 1920년대까지 지속된 자본주의의 첫 번째 버전, 즉 자본주의 1.0은 애덤 스미스의 자유방임 자본주의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 시기에 경제와 정치는 서로 상관없는 활동이며 기업 활동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최후의 방편으로만 사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자본주의 2.0은 러시아혁명과 대공황이라는 구조적 위기를 거치며 1930년대에 나타났는데, 이 시기에는 경제가 정치의 한 분야가 되었다. 케인스주의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2.0에서는 자본주의가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인식 하에 시장을 통제해 경제를 관리하는 것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생각되었다. 자본주의 3.0은 1979~1980년에 대처와 레이건의 정치혁명으로 탄생했다. 자본주의 3.0은 자본주의 2.0과 반대로 정부는 언제나 비효율적이므로 시장이 부패한 정치인들을 통제해야 한다고 보았다. 특히 부시 행정부에서는 시장만능주의의 신자유주의가 팽배하여 결국 2007~2009년의 금융위기와 같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구조적 위기를 가져왔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그 동안 정치와 경제를 별개의 두 영역으로 보았던 시장근본주의의 이론적 가정은 파산했고, 사람들은 이제 자유시장 자본주의와 작은 정부에 대한 믿음을 갖기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저자는 금융위기가 자본주의의 네 번째 버전을 위한 촉매제가 되었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4.0은 우선 유능하고 적극적인 정부가 있어야만 시장경제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으로만 한정되었던 정부의 역할도 금융안정을 유지하고 성장과 고용을 관리하는 것으로 확대된다.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 4.0은 정부와 시장의 역할 가운데 하나만 강조했던 이전 시대의 경제 인식과는 달리 정부와 시장이 모두 잘못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초하여 정치와 경제를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 인식한다. 저자는 정부와 시장이 모두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실험정신과 창조성을 더 크게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시장과 정부 모두 사회의 목표를 달성하기에 불완전한 메커니즘이라면 민간 인센티브와 정치적 결정 모두를 반영하는 상호 견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시장이나 공공 메커니즘 어느 한 쪽에만 맡겨두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오늘날 국제적 금융위기, 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 더블딥에 대한 공포, 석유자원의 고갈과 세계적인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 그리고 최근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反월가 시위 등 수많은 요인들이 자본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자본주의는 변화하는 환경에 스스로를 적응시키고 발전시켜 보다 창의적이고 적합한 새로운 버전으로 이전의 형태를 대체하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본주의 시스템과 제도의 진화 과정에 있어서 다양한 경제주체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주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 『자본주의 4.0』 중에서
(아나톨 칼레츠키 지음 / 컬처앤스토리 / 480쪽 / 20,000원)
|
|
 |
|
인포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