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Z. 브레진스키 지음/김명섭 역주/황금가지/2004년 5월/336쪽/15,000원)
오늘날 미국은 세계 유일의 강대국이자 역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미국과 여타 국가들간의 인식의 차이가 오늘날 보다 더 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미국이 세계의 지배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세계질서와 안녕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리더가 될 것인가, 두 길을 놓고 최근 잘못된 선택을 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카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 의장으로서 세계 전략을 호령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최근 자신의 저서 <제국의 선택>(황금가지)에서 제국으로서 미국은 지배자와 리더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선택할 기로에 놓여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브레진스키가 일흔을 훌쩍 넘은 시점에서 부시 행정부 주변에 포진하고 있는 네오콘들을 포함한 자신의 후배들, 그리고 전체 미국인들을 향해 제국으로서의 미국이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하여야 하는가를 반문하고 있는 책이다. 그는 과거 따듯한 외교를 표방했던 카터 행정부의 막후에서 냉혹하게 세계를 요리했다. 1979년 12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앞서 아프가니스탄을 친미화하기 위한 비밀공작을 묵인했고 훗날 이 공작이 매우 훌륭한 아이디어였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세계의 유일한 강대국인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다섯 가지의 딜레마를 1부와 2부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미국의 헤게모니와 전 지구적 안보를 다룬 1부에서는 첫째, 기존의 주권 국가안보 개념을 완전히 뒤집는 국가불안의 딜레마, 둘째, 9.11 테러가 야기한 것과 같은 새로운 지구적 무질서의 딜레마, 셋째, 반미적 범유럽주의와 범아시아주의의 부상에서 엿볼 수 있는 동맹관리의 딜레마에 대해 분석한다. 그리고 "미국의 헤게모니와 공동의 선(善)"을 다룬 2부에서는 넷째, 세계화=미국화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경향에 따라 반세계화의 상징적 과녁이 되고 있는 미국의 위치에 따른 딜레마, 다섯째, 미국이 전파한 문화혁명이 전통적 안정을 파괴하고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딜레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위의 아프가니스탄 사례에서 보듯이 철저하게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냉혹한 전략가인 브레진스키가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호감을 가질 수 없는 인물임에는 틀림 없다. 그러나 그를 미국 패권주의를 내세워 결국 미국을 이라크라는 수렁에 빠뜨린 부시 행정부 내의 네오콘들과 동일시 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브레진스키는 부시 행정부내에서 제국을 관리하고 있는 후배들 그리고 부시를 선택하고 부시 행정부에 의해 잘못 인도되고 잇는 미국인들에게 그들이 앞으로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며 그 선택이 세계질서와 안녕에 어떠한 파장을 몰고 올 지를 주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필자가 최근 번역한 조지 소로스의 <미국 패권주의의 부활>에서 소로스 역시 근시안적으로 자국의 이익만을 최우선시하는 네오콘들의 잘못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미국이 세계질서와 안녕을 위해 노력할 때 전 세계의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부디 부시 행정부의 관리들과 미국인들이 브레진스키와 소로스 같은 양식 있는 거목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
|
인포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