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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술 지음/키와채/2004년 5월/268쪽/10,000원)
불과 몇 년전 벤처는 한국 경제의 유일한 대안처럼 여겨졌고 정부는 파격적인 벤처 육성책을 내놓아 한 동안 증시에서는 연일 벤처 대박이 터졌다. 그러나 결과는 수많은 비리들과 게이트들을 낳고 벤처는 허황된 창업붐과 타락한 머니 게임의 대명사로 퇴조하고 말았다. 이 모두가 진정한 벤처 정신을 상실한 채 잿밥에만 눈이 어두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흙탕처럼 보이는 벤처업계 이면에는 진정한 벤처 정신으로 세인들의 모범이 된 아름다운 벤처인들이 수없이 많다. 그 대표적 인물로 필자는 "벤처업계의 대부", "거꾸로 경영인"이라는 칭송을 받고 있는 미래산업의 정문술 전 사장을 꼽고 싶다.
정문술씨가 벤처인으로서 그간의 고뇌와 역정을 자서전 형식으로 담담하게 기술한 『정문술의 아름다운 경영』(정문술 지음)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벤처인이란 어떠해야 하는지, 추하게 늙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참다운 인생 경영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정문술씨는 1983년에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인 "미래산업"을 창업하고 초기 제품 개발에 성공하여 기업의 토대를 다지게 된다. 이어서 세계 최초로 "무인 웨이퍼 검사장비"의 개발에 뛰어들어 3년간의 악전고투 끝에 심각한 도산 위기에 몰린다. 가족 동반자살까지 결심했을 정도로 좌절을 겪게 되지만, 그간 축적된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반도체검사장비 "테스트 핸들러"의 국산화에 재도전, 마침내 개가를 올린다.
이후 전자상거래 보안솔루션 회사, 휴대용 컴퓨터 통신 단말기업체, 인터넷 포탈업체 등 IT벤처 분야에 파격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벤처대부"라는 칭호를 얻었다. IMF 경제위기 때에도 과감한 투자로 1999년 선진국들만이 독점하고 있던 전자제품 제조 기초장비인 "SMD마운터"의 개발에 성공하고, 2000년 국내 최초로 미래산업을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그러나 2001년 1월에 은퇴를 선언, "착한 기업을 만들어 달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경영권을 직원들에게 물려주었다. 그리고 장차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바이오, 전자, 기계의 융합기술에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부응하는 학과를 신설해 달라며 KAIST에 300억 원의 사재를 기부했다.
당면한 고난과 위기를 인내와 창의적 사고로 극복하고, 친인척 배제, 종업원과 동업자의 관계, 자율·윤리 등을 기초로 하는 한국적 기업문화를 개발, 실천해 온 독특함으로 언론에서는 그를 "거꾸로 경영인"이라 불렀다.
필자 역시 조그만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터라 이 책을 읽는 동안 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많은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최근 그 교훈을 실천에 옮기며 정문술 철학과 인생관이 마음에 더욱 깊이 각인되었다. 거목들의 인생 경험에서 나온 삶의 철학은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이다.
이 책에는 정문술 사장의 아름다운 경영 철학이 깊게 배어 있다. 회사 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원칙과 검소한 생활을 통해 모범을 보이고, 창의적 사고로 위기와 고난을 극복하는 열정, 종업원과 동업자의 관계를 맺은 열린 마음, 그리고 자신의 얻은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나눔의 철학, 이 모든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에 이러한 삶의 스승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게 느껴진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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