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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 된 독버섯
 
 
몇 년 전, 우리에게 엄청난 일이 있었다. 그날은 비가 온 뒤인지라 도량청소를 했는데, 무심코 마당을 지나다가 버섯을 발견했다. 우리 도량에는 늘 그때그때 필요한 약초가 적당하게 났었기에 독버섯이라고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우리는 그 버섯을 볶아 남은 밥에 비벼먹었다. 그런데 밥 먹은 지 몇 분이 지나자, 현현 스님이 다리에 힘이 풀린다면서 구토를 하기 시작했고, 나 역시 구토가 나왔다. 정봉스님께서는 웃으시면서, 녹차를 한잔 타서 우리에게 마시라고 건네주셨다. 그러나 녹차를 마셨는데도 상황이 호전되지 않고, 온몸이 굳어지고 호흡 장애가 오는 등 증상이 악화되어 갔다.

부랴부랴 스님께서는 차에 우리를 태워 지리산 화개의 토굴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읍내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까지 가는 동안 정말로 몸이 내 몸 같지가 않았다. 몸은 굳어가면서 감각이 없어졌고 목까지 뻣뻣해지면서 숨쉬기가 점점 더 곤란해졌다. 그때까지도 스님께서는 별다른 증상이 없으셨는데, 우리를 쳐다보시며 간절하게 말씀하셨다. “지금이 공부하기 제일 좋은 때다. 철저히 깨어서 지켜봐라.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겪어야 한다.”

병원에 도착하자 그때부터 스님께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실 스님께서는 토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우리보다 독성이 더 깊게 퍼졌으나, 우리들 걱정 때문에 당신 몸은 잊으신 채 읍내까지 운전을 하고 오신 것이다. 그러나 그날은 선거 공휴일이라 병원도 응급실만 운영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응급실에 와서 우리가 들은 말은 더더욱 기대를 저버리게 했다. “독버섯에는 해독약이 없습니다. 아마 독이 몸에 퍼지면 간이 제일 먼저 손상되고 그러면 눈이 점점 안 보이실 겁니다. 군내 의료원에 가면 혹 해독제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의사와 간호사는 증상이 제일 심해 보이는 나에게 링거주사를 놓고 위세척까지 했지만,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읍에서 30분을 더 가야 하는 큰 병원까지 구급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구급차는 요란스럽게 사이렌 소리를 내며 전속력으로 의료원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그 의사 말대로 간에 충격이 크게 왔는지 시야가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버섯을 땄던 나는 죄책감이 너무나 컸고, 두 스님에게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때,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스스로의 죽음에 대해서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마음 가득 서로에 대한 연민으로 상대방을 위로하고 토닥여주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면서 우리들은 너무나 또렷이 깨어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졌다. 몸의 감각이 사라지면서 몸의 존재를 잊었고, 죽음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생각되었다. 두려움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군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곳 역시 해독제가 없었고 별다른 대책 또한 없어 보였다. 독버섯 때문에 죽다니 어이가 없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출가하지 않았던가. 그때 문득 그저 남은 정신으로라도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응급실에 들어가지 않고 병원 앞의 벤치에 기대앉았다. 잠시 정신을 가다듬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우리가 믿음이 좀 더 견고했더라면, 이렇게 일들을 벌이지 않았을 텐데…그냥 우리 토굴에서 공부를 하면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을 텐데….’

결국 우리는 가까스로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타고, 차를 세워두었던 읍내 병원으로 향했다. 죽더라도 토굴에 가서 죽음을 맞이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몸은 이미 조절기능을 잃었고 눈앞의 사물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마음은 참 홀가분했다. 날은 이미 저물어 어둑해졌고, 스님께서 다시 운전을 해서 화개의 토굴로 간다는 것은 말 그대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알 수 없는 믿음이 있었다. 결국 스님께서는 초인적인 힘으로 우리를 태우고, 몇 번을 헤매시다가 캄캄한 밤이 다 되어서야 토굴로 돌아왔다.

법당에 와서 앉으니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기는 처음이었다. 눈물이 앞을 가리는데, 가슴 깊숙이 참회가 일어났다. 스님께서는 내 손을 꼭 잡으며 말씀하셨다. “버섯을 함께 먹은 것은, 우리가 같이 겪어야 할 공업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밤은 잠을 자서는 안 된다. 큰 믿음을 가지고 이 법당 방에서 다 같이 참회기도 정진을 하자.” 스님께서는 밤새도록 불법을 설해 주셨고, 우리는 법문을 들으면서 깨어 있었다. 이윽고 날이 밝아오자 죽음이 우리를 비켜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참으로 긴 하루였다.

훗날 스님께서는 이때의 일을 언급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가 그때 구급차를 타고 가면서,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고 상대방에 대해서 걱정했던 공덕으로 우리가 살아난 것이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자신은 돌보지 않고, 오로지 상대방을 위해 자비심을 발현하는 것을 보고, 나는 너희들이 죽지 않겠구나 생각했단다.”

나는 이 일을 계기로 자비심이 목숨보다 더 위대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 『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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